Book 6

불교를 철학하다 221~

이는 생물학자가 말하는 ‘본능적’ 사랑의 감정에 반한다. 왜 굳이 그래야 하는가? “우리 자신의 친구들에게(즉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베푸는 자비와 사랑은 사실 집착입니다. ‘나의 것’이고 ‘나의 친구’이고 ‘나’를 위해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집착입니다. (…) 태도나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친구였던 사람을 남보다 더한 미움과 증오로 적대하게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런 사랑은 본질적으로 자신에 대한 애착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랑이다. 이웃이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통상적으로는 공간적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뜻한다. 공간적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만 이웃은 아니다. 하는 말이 비슷한 사람들, ‘핏줄’로 연결된 사람들, 사고방식이 비슷한 사람들, 감각이 비슷한 사람들 ..

Book 2024.11.06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네 명의 주요 인물—토마시, 프란츠, 사비나, 테레자—는 각기 다른 삶의 철학과 감정, 관계에서의 태도를 통해 독자에게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탐구하게 합니다.   토마시: 주인공으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성격의 외과 의사입니다. 그는 인간관계와 사랑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지니며, 개인적 자유를 중시하는 동시에 삶의 ‘가벼움’을 즐기는 인물입니다. 사비나와 불륜 관계에 있지만, 테레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순적 모습을 보여줍니다.테레자: 토마시의 아내로, 그의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녀는 삶의 의미와 관계의 깊이를 중시하고, 토마시에게 헌신적입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토마시와 사비나의 관계에 대한 질투와 불안에 시달리며, 관계의 '무거움'을 지닌 인물로 그려집니다.사비나: 토마시의 연인이자 예..

Book 2024.11.01

돈의 속성

리스크의 특성 중 하나는 과거 사례가 미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패턴을 찾는 사람들은 새로운 미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 새로운 일이 벌어지면 이 상황을 과거의 일과 묶어 해석할 뿐이다. 그러나 언제나 세상에는 역사에 없던 최악의 상황이 일어난다. 그리고 투자 세계에서 이를 대비하지 않는 사람은 사라지게 되어 있다. 또한 리스크는 정기적인 모습을 가진 채 비정기적으로 나타난다. '평균 10년에 한 번', '평균 30%하락'과 같은 용어는 리스크를 이해하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데이터다. 평균이라는 말처럼 실속 없는 것이 없다. 때때로 평균은 아무 의미가 없거나 사실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스크를 이해한다는 건 패턴과 분석에 의한 가정이 아니라 리스크에..

Book 2024.04.21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먼저 들 수 있는 한 가지는, 사는 일이 점점 바빠지고 매일매일의 생활속에서 웬만큼 자유로운 시간을 내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젊었을 때는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렇게 자질구레한 일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 잡다한 일이 나이를 먹억마에 따라 왠지 자꾸만 늘어가는 것 같다. 강한 인내심으로 거리를 쌓아가고 있는 시기인 까닭에, 지금 당장은 시간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시간을 들여 거리를 뛰어간다. 빨리 달리고 싶다고 느껴지면 나름대로 스피드도 올리지만, 설령 속도를 올린다 해도 그 달리는 시간을 짧게 해서 몸이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 내일까지 유지되도록 힘쓴다. 장편소설을 쓰고 있을 때와 똑같은 요령이다. 더 쓸 만하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펜을 ..

Book 2024.04.08

1973년의 핀볼

한없는 허무 속 불빛 같은 하루키 문학 권택영(문학평론가) 주인공 '나'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작가 자신 1973년에 당신은 무엇을 하셨나요? 꼭 그해가 아닐지라도 우리는 지난날을 되돌아보았을 때 전환점이 되는 지점을 발견합니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던 해, 깨달음을 얻고 다시 태어나던 해 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새로운 시작은 절망의 끝이 아니었던가요? 입구가 곧 출구가 아니었느냐고 하루키는 묻습니다. 언젠가 하루키는, 전집을 묶으면서 단편들을 손질했지만 초기에 썼던 이 작품만은 손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것이 '당시의 나였고 결국은 시간이 흘러도 지금의 나'이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무엇이 변치 않는 자신의 모습일까? 잠깐 낮잠이 든 사이에도 나뭇잎이 시퍼렇게 커버리는데 변치 않는 것이 과..

Book 2024.04.08

정의란 무엇인가

그는 이성적 능력이 우리 능력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정한다. 우리는 쾌락과 고통을 느낄 능력도 있다. 그는 우리가 이상적 동물일 뿐 아니라 지각력 있는 동물이라고 말한다. 칸트가 말하는 "지각력"이란 감각과 느낌에 반응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벤담도 옳지만, 절반만 옳을 뿐이다. 벤담은 우리가 쾌락을 좋아하고 고통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는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쾌락과 고통이 "우리의 통치권자"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 칸트는 이성이야말로, 적어도 때로는,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성이 우리 의지를 통치할 때, 우리는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욕망에 내몰리지 않는다.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은 자유롭게 행동하는 능력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 두 가지 능력이 합쳐져 우..

Book 2024.04.03